회고를 공개적인 공간에 작성하지 않는데,
낯부끄럽지만 1년간 학부생으로 공부하며 GPU 서버 관리자로 일한 소중한 경험에 대해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나는 전공생은 아니지만, '신입 GPU 서버 관리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우대 사항에는
- 1~2학년
- 석사 과정 희망
이 적혀있었지만, 나는 둘 중에 어느 군데도 해당되지 않았다.
대학생 기준으로 나이도 든 (화석) 대학원은 죽어도 가기 싫은 학생이었다.
그런데 우대사항에 Spring Boot & Java가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어떤 의도일까, 고민을 해보았는데...
혼자서는 답을 낼 수가 없어, 문의를 남기고자 했다.
마침 내가 수강하던 컴퓨터 시스템이라는 과목의 담당 교수님께서 서버실을 담당하고 계셔서, 수업에 끝난 뒤에 조용히 질문을 드렸다.
"귀찮게 수업 다 끝나고 나서 이야기하기는. 쯧"
"연구실로 따라와!!!!!!!!"
연구실로 따라간 뒤에는...
기말고사를 못보면 넌 안 뽑아준다는 무언의 압박을 느끼고....
바로 집에 가서 공부를 하러 갔다.
실제로 중간고사를 평균 정도의 성적을 받아서
교수님께서 D+을 주신다고 협박도 하셨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성적표 등을 내고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최종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모든 관리자들이 면접없이 들어온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가 아주 아주 특별한 어둠의 경로로 들어온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좋게 말하면 추천 전형...)
기말고사 성적이 나쁘지 않았나보다.
첫 두 달 동안에는 정말 공부만 했다.
방학인데 더 바빠서 되게 되게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 생활 중,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부만 하는 건 힘들지 않았는데 실습이 나를 좀 눈물나게 만들었다.

- 맥북에서 해도해도 안 되어서 결국 옛날에 쓰던 그램을 가져와서 실습을 했다.
- 정말, 하루종일 아무데도 안 나가고 매일 과제 & 시험을 본 것 같다..
- 특히 나는 더 힘들었는데, 전공생들 사이의 비전공생이어서 CS가 부족했다.
- 그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합리화나 변명을 할 수는 없었다. 같은 돈을 받기 때문이다.

- 개발과 인프라가 아주 달랐던 지점은 AI가 명확한 해답을 못 내준다는 거였다.
- 개발은 AI를 패고 프롬포트를 자세히 입력하면 꽤 쓸만한 답이 나왔지만
- 인프라는 상황의 특수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영역인 것 같다.
- 그래서인지 AI가 헛소리를 자주했고, 결국 혼자 생각하면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서버실에서 썩기
혼자서 실습 과제를 몇번 한 뒤에는 서버실에 직접 가서 실습을 할 수 있었다.



- 혼자서 하는 실습 과제가 행복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 서버실은 은근히 시끄럽고, 나는 처음이라 노캔 에어팟도 안가져왔었다.
- 이후에 서버실에 갈때는 꼭 헤드셋을 가지고 간다.
- '내가 혹시나 잘못 건드리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과 함께, 서버실에서 조심 조심 실습을 했다.
- 명령어 하나 치고 또 보고 오타 보고...

- 새로 부팅한 PC는 복붙따위 할 수 없다. 에러 메시지가 떠도 젬나이한테 못말한다.
- 한 번 서버실에 가면 최소 5시간 길면 8시간... 이렇게 있다가 막차 시간에 집에 가기도 했다.
- 아빠가 매우매우 안 좋아하셨다.
안 좋은 것을 버티는 방법


- 이제 서버실에서 썩는 것에 해탈했기 때문에 그냥 하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하고 싶었다.
- 그래서 짐빔 한캔을 몰래 마시기를 나에게 허락해주었고 그 효과는 상당했다.
- 칠색마노: 기쁜 마음으로 서버를 만지니, 어제는 안 되던 애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 팔찌는 구슬 108개가 달려있는, 불교학교인 동국대에서 구매한 팔찌이다.
- 서버실은 고통의 바다이니 그냥 안 되는 것에 열낼 필요없다.
- 화가 나면 저 팔찌 세 겹을 풀어서 108개의 구슬을 하나씩 세보았다.
- 일주일 내내 좋은 일이 있다는 미친 마음으로 생활을 하였다.
- 그래도 2달동안 수습 기간을 거치고나서는, 작지만 돈을 받고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리눅스 뽀개기
선배 관리자님..으로부터 전체적으로 부족하지만 리눅스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내 부족한 점을 보충하기 위해 '리눅스 마스터 2급'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많이 어려운 시험은 아니지만 억지로 외우려고 일단 하다보면 이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 1차는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면 된다.
- 2차는 부끄럽지만 중간에 한번 삐끗해서 (중간.기말 공부하면서 준비를 못했다) 완벽하게 합격하는 데에 오래걸렸다.
- 시험 총평은... 지엽적인 부분이 분명히 많고 외울 양도 꽤 된다.
- SQLD도 중간에 봤었는데, 하루도 공부 안 하고 합격했었다... 리눅스 마스터가 (내 기준) 더 어려웠던 거 같다.
with 교수님
교수님께서 밥도 사주셨다.





- 맛난 먹을 거 먹으러 돌아다니고
- 힘들 때 가끔 학교 근처 바에서 혼자 위스키를 마시기도 하는데
- 그런 나의 취향을 저격한 곳들을 교수님이 데려가주셨다.
- 그리고 먹고싶은 거 완전 많이 먹고 그동안의 눈물들을 닦았다...
스승의 날에 꽃도 선물해드렸다.

- 비싸보인다고 칭찬해주셨다.
(교수님 istj)
Keep: "무엇이 잘 되었나?"
1. 약간은 개발자의 시선으로
- 서버관리자들 중에 개발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약간은 개발자의 시선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예를 들어, 수동으로 하던 것들을 내가 경험해본 툴들로 개선하는 것 ex. Dockerfile 수정하고 버전 관리하기, 자동으로 push하기 등등
- 그동안 내가 했던 협업의 좋은 것들을 다 때려박기 -> 코드리뷰 열심히하기, 노션 문서화 잘 하기 등등.
- 개발자들과 같이 일해온 나였어서 '이건 당연하지 않아?'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 세상에 당연한 건 없나보다.
2. 말, 문서화 잘 하기
- 그동안은 토이 프로젝트, 1회성 프로젝트, 해커톤용으로 개발을 많이 해왔었다.
- 그래서 내가 맡은 부분은 내가 '알잘딱깔센'잘하면 되는 거고. 돌아가면 되는 거고. 에러나면 해결해서 다시 올리면 되는 거고.
- 하지만 실제 업무 속에서는 지속적인 인원 교체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 수많은 히스토리를 감당하는 건 우리와 신입 관리자가 된다.
- 그래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모든 문서를 접근이 쉽게 배치하고 최신화해야했다.
- 내부 보고서에도 육하원칙을 명확하게!!! <-- 이거 하나는 귀에 피나도록 들어왔다.
- 내가 추천한 후배가 신입 관리자에 합격하게 되면서, 그동안 했었던 프로젝트 히스토리를 정리하고 github wiki도 처음 써보았다.
- 그래도 내가 맡은 파트가 제일 문서화가 잘 되었지 않았나!!하고 스스로 칭찬해본다.
Problem: "무엇이 어려웠나?"
1. 보편적인 답 찾지 않기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채워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내가 부족한 이유가 '잘 몰라서', '아직 초심자라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 개발을 하면서는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가장 보편적인 답"을 찾으려고 했었다.
- 하지만 서버관리자 일을 하면서 모든 기술은 case by case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 오늘 교수님께서, "너 여자친구 좋아? 너 여자친구랑 있으면 좋아? 맨날 좋아? 붙어있으면 좋아?" 라고 하셨다.
- 이 질문을 하시는 의도는... 모든 선택지는 장단점이 존재하고, 아무리 좋은 것도 그 이면에는 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결국 보편적인 답이란 없다. 확률적으로 더 많이 선택하는 옵션은 존재하겠지만, '항상 좋은 답'이란 없다.
- 그래서 뭐가 기준이 되어야 하냐?
-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여러가지 기준이 있지 않을까. 팀의 수준, 속도, 비용 등...
- 뭐가 우리 팀에 더 잘 맞는지 여러방면으로 고려하고 끊임없이 저울질해야하는 요소인 것 같다.
- 초심자라면 초심자가 가질 수 있는 시선으로, 보편적인 비효율을 개선해보자.
2. 돈을 받고 일한다는 것
나는 협업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의사결정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팀 프로젝트에서 리더도 자주 맡고, 팀원으로 있을 때에도 좋은 대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개발을 좋아한다.
개발을 하면서 개발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하지만 돈을 받고 일하는 건 달랐다.
돈이 내 일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 일은 '하기 싫은 것'이 되어버린다.
나도 실제로 약간의 권태기를 느꼈고 '내가 추구하는 삶'이 뭔지, 앞으로 더 어른이 되면 어떻게 할건지 성찰을 했던 한 해였다.

그러던 중, 우리집 아가 (남동생)이 재수를 하면서 아가 나름의 다짐? 또는 철학?을
방 벽에 붙여놓은 것을 발견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3번이 가장 와닿았다. '차곡차곡', '소중히'
그냥...그렇게 누구나 고민하면서 차곡차곡 쌓아가고, 나중에 뭔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20대는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계속해서 쌓이는 것 같다.
지금은 그저 '하기싫음', '힘이 듦'이겠지만... 언젠가는 거대한 산이 되어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3. 일과 삶의 밸런스 찾기
업무 시간이 매일 10:00 ~ 18:00로 정해져있었고, 오류 신고 & 다른 관리자들의 요청에 응답하는 제한 시간이 존재했다. 제한 시간 안에 응답하지 않으면 '경고'가 쌓이게 된다. 경고가 많이 쌓이면 퇴출.
물론 응답 시간이 엄청 빡빡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든 (연인과 놀든, 여행을 갔든, 정말 급한 일이 생겼거나 해도...) 답신을 빨리 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스스로 '천천히 답해도 돼'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오류 처리 안 해줘서, 이 사용자가 급한 연구 과제 못하고 있으면?'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지하철, 버스, 길바닥 등등 노트북을 안 열어본 곳이 없다.
연락도 항시 대기해야 했기에, 친구들 카톡 & DM은 죽어라 안 보는 나지만 계속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이폰 슬랙 알림이 잘 안 오는 이슈 때문에 직접 슬랙에 들어가서 계에에에에에속 알림을 기다렸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가 누적이 되고, '그만두고싶다'는 생각도 든 적이 있다.
결국에 일과 삶의 밸런스는 그 일을 아무리 사랑해도 필요하다.
본인이 본인의 한계를 잘 알고 있어야, 한계에 맞게 능력을 잘 운용할 수 있다.
Try: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할까?"
그래서 다음에 어딘가에서 일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 무조건 일을 빨리 배우기.
- 개념을 개념으로만 알고있지 말고, 실수해도 되는 '신입'일때 최대한 많은 것을 흡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 처음에 배우는 양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힘들어도 따끔 ~ 좀만 참아 !
- 동료들과 끊임없는 고민과 소통하기.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고, 이 세상엔 훌륭한 동료들이 존재한다. 나도 그들에 뒤쳐지지 않도록 수시로 내 위치를 확인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 20대의 성장을 위한다면, 돈 생각은 잠깐 놔두기.
- 돈은 그냥 맛있는 거 먹고싶을 때 사먹을 수 있을 정도면 된다.
- 집갈 때 호떡을 먹을 수 있을 정도면 행복한 거 아닐까...
- 돈과 내 일을 저울질하지 말자.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 않다.
- 내 일을 조금 더 사랑해야, 나도 행복해지고 내 주변 사람도 행복해진다.
- 이왕 하는 일이면 웃으면서 하자.
- 스스로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일단 내보기.
- 내가 경험해본 것이라면 초심자여도 의견을 못낼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 GPU 서버관리자동화시스템의 스키마를 정의하면서, 다른 서버관리자들이 정규화를 엄청나게 많이 시켜놨다.
- 짰던 테이블들도 이런 정규화, 저런 정규화 해가면서 테이블을 계속 쪼개고 있었다. 복합키 등등...
- 나는 '내가 비전공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다.
- 의심가는 구석이 생겨도, '내가 못해서 뭘 모르는 거일 거야'라고 먼저 생각하게 되었던 순간들이 있다.
- 하지만 나중에 정해진 스키마를 토대로 개발을 하면서 지나친 정규화는 오히려 개발 속도를 떨어트리고 복잡성만 증가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고,
- 수많은 엔티티들을 다시 반정규화를 하면서는 '내가 그때 의견을 냈더라면'하는 후회가 들었다.
- 다음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어필해보자. "아님 말고" "틀렸으면 고치면 되지." "모르면 알면 되지"
- 내가 경험해본 것이라면 초심자여도 의견을 못낼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쿨걸의 마인드로.





지금까지 대학교 5년동안 저의 후진 점을 모르고 좋아해주신 분들, 그리고 응원해주신 분들
이 글 보게 되실진 모르겠지만...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
곧 졸업해요!
안녕 ~~
가끔씩오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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